[먹구름이 잔뜩 낀 하늘. 죽어라 햇볕이 내리 쬐는것보단 돌아다니기 편하다고 위안하며 다녔지만, 맑은 하늘 아래 아름다운 경치를 구경하고 싶기도 했다]


우중충한 하늘. 어젯밤에 줄창 내리던 비는 그쳤지만 잔뜩 찌푸린 하늘은 여전했다. 가는 마지막날까지 하늘은 본연의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주기 싫은 모양이다. 그래도 여행은 계속 해야지. 오늘은 마지막으로 퀼른을 돌아보고 저녁 7시 비행기를 타고 다음 장소인 뮌헨으로 떠나야 한다. 그 전에 퀼른에서 뽑아낼수있는건 죄다 뽑아내고 가야지!

아침에 일어나 일단 호텔 체크아웃을 하고 짐을 맡겨놓고 라인강을 건너면 있는 Koelnmesse공원에 가기로 했다. 뭐 공원이 목표가 아니라 라인강을 건너는 케이블카를 타는데에 더 큰 목적이 있긴 했지만, 어쨌든 트레인을 타고 케이블카를 타러 갔다. 동물원 바로 건너편이어서 찾기는 쉬웠다. 랑인강을 건너는 케이블카를 타고 내려다보는 퀼른의 모습은 뭔가 조금 차가운 느낌. 구름이 잔뜩 낀 흐린 날씨탓이었는지 몰라도, 퀼른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색깔이 쫙 빠진 흑백영화처럼 무미건조한 느낌이었다. 공원에 내리니 정말 그냥 '공원'이었다. 커다란 나무들과 넓은 잔디밭, 그 사이를 달리고 있는 부지런한 몇명의 독일인들, 이 모든것이 정말 그냥 '공원'일 뿐이었다. 많은걸 기대한건 아니지만 이른 아침 트레인을 타고 달려온것이 그저 '그냥 공원'따위를 보려고 그런건 아닌데 말이다. 한가지 특이했던점은 공원 한켠을 막아놓고서 뭔가 공연같은것을 준비하고 있는 모습이었는데, 그곳은 고스족들만을 위한 곳인듯 보였다. 막아놓은 입구를 지키는 사람들도 고스들이었고, 그 주변을 배회하는것도 죄다 고스들, 그리고 우리가 발길을 돌릴때쯤 되서 때로 몰려들기 시작한 인간들도 모두 고스들... 그리고 들려오는 메탈 사운드 (실력은 그냥 그런듯 했다)... 뭔가 독일스럽다는 생각.

부인의 참견: 케이블카에서 라인강을 건너며 멋진 광경을 구경하던중,  뭔가 특이한 건물들을 발견! 수영장이 잔뜩있었는데 그중 하나의 작은 풀장에서 왠 남자분이 나체로 수영을 아침 댓바람부터 하고있는게 아닌가!!!!! 그러고 황당해서 케이블 카에서 내리면서 그 특이한 건물의 despcription을 보았더니, 온천................................ 다들 수영복을 입고 실내 수영장에서 남녀혼탕으로 온천을 즐기는듯했는데.... 그럼 당췌 그 홀딱남은 왜 홀로 거기서 수영을.... 의문이 가득했다.


공원엘 다녀오는길에 주룩주룩 내리기 시작한 비. 다행히 트레인을 타기 직전에 내리기 시작해서 많이 맞지는 않았지만, 비온뒤의 쌀쌀한 날씨는 7월이라고 하기엔 뭔가 조금 많이 추웠던 느낌.. 그렇게 다시 퀼른 대성당으로 돌아오니 시간이 얼추 일요미사를 드릴수 있는 시간이 맞춰졌다. 독일어를 알아들을수 없으니 기도는 못했어도, 그냥 마음으로만 미사를 드렸다. 새로운 곳에서 이렇게 미사를 들는 기분도 색다르다.

미사를 마치고 허기가 진 우리는 성당의 주변에 있는 카페에서 잠시 커피도 마시고 몸을 좀 쉬어가기로 했다. 길거리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다보면 프렛젤이 상당히 많이 눈에 띄어서 언젠가 한번 먹어봐야겠다고 생각은 하고 있었는데, 여태껏 먹을 기회가 생기지 않아서 못먹고 있었는데, 이번 기회에 한번 먹어보기로 했다. 무려 각종 Nut들이 잔뜩 뿌려져있는 Nougat Pretzel이었다. 에스프레소와 함께 먹으니 아주 찰떡궁합이었다.


시간이 애매하게 남아 뭐할까를 고민하던중, 지도를 뒤져 근처에 Fish Market이 있다는걸 알고 거기를 찾아가보기로 했다. 길이 너무 햇깔리게 되어있어서 지도를 이리돌렸다 저리돌렸다 한참을 들여다본 끝에, 그냥 발길 닿는데로 걸어보기로 했다. 도저히 지도를 봐서는 원하는곳을 찾을수가 없을것 같아서였다. 그러나 왠걸. 원하던 Fish Market은 찾지 못했지만 여태까지 우리가 그렇게도 애타게 찾아헤메던 유럽풍의 거리들이 바로 그곳에 있었다. 호텔에서 불과 10분여도 떨어지지 않은 바로 그곳에. 진정 원하는건 멀리서 찾지 말라고 했거늘, 우리는 엉뚱한곳에 가서 찾고 있었던 거다. 아기자기하고 작은 건물들. 길쭉하고 얇은 건물들. 원색으로 칠해져있지만 세월에 빛이 바래 촌스러운 느낌은 사라지고 멋스럽게 변한 건물들. 그런곳이 바로 우리의 눈앞에 있었다니...



그렇게 경치를 구경하고 돌아오는길에 우리가 몇번이고 지나쳤던 퀼른 대성당의 꼭대기로 올라갈수있는곳이 있다는것을 발견헀다. 항상 왜 이런건 마지막에 한꺼번에 발견해서 이렇게 사람을 고생시키는건지 모르겠다. 하지만 불평을 할 시간이 없었다. 우리는 얼른 구경을 하고 뮌헨행 비행기를 잡아야했기 때문에 앞뒤 재지않고 바로 들어가 계단을 오르기 시작했다. 총 509계단이라고 했던가.. 올라도 올라도 끝이 없었다. 끝도없이 이어져있는 나선형의 계단을 오르다보니 현기증이 나서 토가 나올지경이 되버렸다. 도대체 끝이 어디야! 라고 소리를 지르고 싶은 찰나에 정상에 도착했다. 올라갈때는 힘들었는지 몰라도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퀼른의 모습은 아래에서 보는 퀼른과는 또다른 매력이 있었다. 안갔으면 후회할뻔했다.


퀼른에서의 모든 투어를 마치고 뮌헨행 비행기를 타기위해 공항에 도착했다. 그곳에서 마지막으로 마신 퀼시맥주. 이것도 이제 마지막이구나 하는 생각에 한모금한모금 잘 기억하면서 마시려했건만, 그 기억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져버렸다 ㅋㅋㅋ 이런저런 아쉬움들을 접고 뮌헨행 비행기에 올랐다.


퀼른에서의 느낌: 잔잔한 유럽의 조용한 도시같은 느낌. 라인강이 도시 한가운데를 관통하는 분위기는 멋있었지만, 여행하는동안 퀼른만의 무언가를 발견하지는 못했다. 퀼른 대성당 근처와 라인강을 따ㅏ라 늘어서 있었던 조그마한 옛 건물들을 개조해서만든 레스토라에서 잠시나마 유럽의 정취를 느낄수 있었을뿐, 그곳엔 이미 너무 많은 미국문화들이 침투해버렸다는 사실이 많이 아쉬웠다. 하지만 아담한 사이즈의 도시 곳곳에 자리잡은 크고작은 성당들에서 울려퍼지는 종소리가 끊이지 않아 뭔가 정숙하고 종교적으로 성스러운 느낌이 나느점은 좋았다. 그런 정숙하고 성스러운 분위기의 도시에 검은 복장과 짙은 화장으로 무장한 수많은 고스족들이 거리를 휩쓸고다닌다는점이 아이러니하긴 하지만, 그 아이러닉함이 퀼른만의 독특한 무언가라고 한다면 그렇게 말할수는 있을것 같다.

아무래도 수영이가 너무도 블로그에 시간을 쓰지못함에 지금 백조가 된 내가 이어서 써야지 읏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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